2021년 5월 마르크스 엥겔스의 유일한 정본 전집 MEGA 한글판 두 권이 첫선을 보였습니다. 80여 권을 목표로 하는 먼 길의 출발이었습니다. 실로 마르크스 엥겔스 저술의 최초 한글판 <공산당 선언>이 1921년 중역본으로 초라한 모습을 드러낸 때로부터 꼭 100년 만이기도 했습니다. 그 뜻을 기려보고자 조촐한 기념행사를 여럿 준비했지만 코로나의 대유행으로 모두 순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그 중 하나의 행사였던 도서전시회를 뒤늦게 개최합니다.
전시회의 주제는 모두 세 개입니다. 2013년 유네스코 “인류의 기록유산”으로 선정된 마르크스의 두 저술 <공산당 선언>과 <자본> 제1권의 국제적 판본들이 각기 하나의 주제를 이루고 마르크스 엥겔스 저술들이 출판된 100년의 역사를 읽는 것이 또 하나의 주제입니다. 관람객들께서는 지난 20세기 동안 시간적으로 그리고 지리적으로 세상을 뒤흔들었던 책들의 실물을 직접 눈으로 보는 문화적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시도서는 구 동독 마르크스레닌주의연구소에서 MEGA 편집을 담당했던 롤프 헤커교수가 평생 수집한 것들입니다. 헤커 교수는 마르크스의 필생의 대표적 저술인 <자본> 제1권을 직접 편집한 편집자로서 MEGA와 관련된 연구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해 오신 분입니다. MEGA 한글판의 출판에도 많은 도움과 자문을 제공해주셨습니다. 전시회의 부대행사인 토크쇼에서 마르크스 엥겔스 저술의 출판과 관련된 숨은 얘기들을 여러분들에게 나누어 주실 것입니다.
저희 연구소는 MEGA 한글판을 출판할 목적으로 2012년 설립되었고 2018년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2023년까지 일차로 17권을 출판할 계획입니다. MEGA 한글판은 모두 80여 권으로 이루어질 예정이고 아마 앞으로 수십 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MEGA 한글판의 출판 목적은 단순하고 명료합니다. 2013년 유네스코에서 ‘인류의 기록유산’으로 선정된 마르크스 엥겔스 저술의 고전적 가치를 후대에 전해주기 위한 것입니다.
인류가 이룩한 문명의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시간의 두께입니다. 유기체로서 인간은 생명이라는 유한한 시간의 벽에 갇힌 존재이고 그 벽을 뛰어넘은 것이 문명이기 때문입니다. 역사는 바로 이 문명의 발자취입니다. 마르크스 엥겔스의 사상은 인류의 문명사에서 19세기의 가장 위대한 유산으로 손꼽히고 MEGA 한글판은 비록 소소한 출판의 영역에서나마 그것을 역사로 이어가려는 작업입니다. 이번 도서전시회를 계기로 저희 연구소가 수행하는 MEGA 한글판의 작업에 가끔씩 눈길을 나누어주시길 정성껏 청하고자 합니다.
동아대학교 맑스 엥겔스 연구소 소장